Work permit
영국에서 외국인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work permit이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것은 회사가 외국인을 고용한 후 출국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불러만 놓고 회사가 부실해서 월급도 못줘서 불편체류자될까봐 걱정도 되는 것이렸다.
또한 비자 발급과 비슷해서 한번 reject을 당하면, 다음 심사 때에는 보다 엄격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가능한 한번에 통과해야 하는 일이다.
또한, 외국인을 채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국민 먼저 고용해야 하는 보호의식 때문에 그 심사는 무척이나 까다롭게 심사를 한다고 한다.
오늘은 흔치 않은 경험인 이 Work permit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난 1월중순...
나는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work permit을 도와주기 위해 London행 coach에 몸을 실었다.
감기기침이 심했던 나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가 나한테 질문을 하면 간단하게 대답만 할 요량이었다.
내가 준비한 것은 Visa.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증명서류인 셈이다.
(학생비자는 공식적으로 주20시간까지 일을 할 수있다.)
당일 아침.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심사를 나온 사람들의 인터폰을 받으면서부터 work permit의 경험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실제 사장은 영주권 문제로 다른 회사직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상황이라 이 회사의 사장으로 있을 수 없기에 바지사장(명의만 빌려주는 사장)이 대신 참석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바지사장이 이쪽 일에 대한 지식이 전혀없다는 것...
사전 그 동안 이 회사가 해왔던 일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나였지만, 행여나 이것을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저 대강 설명만 들어도 아! 무엇을 개발했던 프로젝트구나...그리고 그것에 대해 내 지식을 보태서 설명하기에 충분했지만...심사관이 한국어를 하면 모를까 영어로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껏 해봤자 단문장, 기초 커뮤니케이션 정도의 회화 실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나에게 질문을 안하기 바랄 뿐이다.
2층까지 내려가서 심사관들을 맞이했다(사무실은 5층).
으헉...영국인이다 (뭐 당연한 일이지만...쩝) 여자 세명이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헉헉대며 올라오던 그 중 한명이 나를 보며 씨익 웃으면서 모라모라 한다.
대강 들어보니 직원이냐? 반갑다. 얼마나 올라가야 하느냐? 모 그런 말이다.
악수를 하면서 3층 더 올라가자고 웃으면서 응대해줬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자리에 앉아 관련 서류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나는 슬쩍 내 자리로 가려 하는데...전부 오란다...헉 ㅡㅡ;;;
그래봐야 사장, 나 그리고 진짜 사장 와이프(중국 여성...그나마 영어를 제일 잘하고 모든 행정적 처리에 대한 사항은 사장 와이프가 모두 알고 있었다.) 나머지 직원은 고객 미팅을 나갔다는 핑계를 댔다. 그래봐야 1명.
실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식 근무자로 신고할 수 없는 visa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예 이 근처엔 그림자도 얼씬 할 수 없었다.
나는 머얼찍히 떨어져 앉았다. 일단 기침이 심했던 관계로 미안하단 말을 좀 해주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솔직히, 나 기침해여어~ 그러니까 가급적 물어보지 마세용~ 하는 속마음도 있었다 ㅋㅋㅋ)
우선 처음 시작하자마자 check하는 것은 직원 관련 서류.
불라불라부라~ 어어...
실제 상황 현장 영어를 듣고 있자니...오른쪽 귀로 뭔가가 애앵~ 하고 들어와서 왼쪽 귀로 왱왱~하고 빠져 나가 버린다. 진짜 스피드도 빠르고 먹는 발음들이 왜그리 많은지...이건 도대체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학교에서야 선생들이 학생 수준에 맞춰서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성의껏 알아듣게 말을 해주고, 같은 외국인 학생들이야 쓰는 영어가 거기서 거기니 몇번 듣다보면 금방 익숙되고 알아 들을만 하지만, 실제 현장 영어를 듣고 있자니 이건 외국인 만난 듯 하다. 하기사...여기 영국이지...쿨럭 ㅡㅡ;;;)
무척 꼼꼼하게 check한다. visa 만료일, 언제부터 일 했는지, rule은 무엇인지...한 사람 한 사람 check한다. 앗 저것은 내 관련 서류...갑자기 기침이 멎는다.
행여 나한테 물어볼라...
그런데 준비된 서류가 부족함이 없었던지 질문은 없다...아효~ 다행이다..
그렇게 서류 심사를 마친 후 이제 본격적으로 interview를 할 모양인가보다.
앞 뒤로 꽉꽉찬 10여장에 가까운 설문용지를 꺼내든다. 허걱...저거 다물어볼 모양이다.
무슨 일 하는 업체라는 것 부터 시작된 질의는 1시간 반 정도 진행되었다.
주요 질문 사항은 무슨 일을 하는 업체인가?
사업체 주소지가 왜 3개인가? (오기 전에 뽑아온 모양이다.)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주요 고객 대상은 누구인가?
직원들 출.퇴근 관리는 무엇으로 하는가?
직원 서류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퇴직한 직원 서류 보관은 얼마동안 가지고 있는가?
그렇게 걱정하던 매출 문제는 사전에 이미 확인해 왔는지 준비해온 서류 보는 걸로 끝냈다.
그리고 진짜 진짜 중요한 질문... 직원 모집은 어떻게 하는가?
영국은 jobplus란 곳이 있다. 회사는 이곳에 공고를 내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또한 사람들은 일을 하려면 NI Number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나도 받았다. 한달이란 기간에 걸쳐서...ㅡㅡ;;;) 이 NI Number를 바로 요 jobplus를 통해서 받는다. (안 받고 그냥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종의 black job이다. NI Number는 일종의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장치이다. 고용자의 불합리한 상황(부당 노동력 착취, 미지급 급여 등등)에 대해 NI Number를 발급받은 노동자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 주고자 한다는 것이 목적인데, 알고보면 세금 걷어가려는게 목적인 것 같다.
왜 jobplus에 공고를 올리지 않느냐, 그곳에 공고를 올려라.
그리고 왜 궂이 외국인을 고용하려 하느냐? 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결국 외국인 고용 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려고 그렇게 빙빙 돌아왔나보다. 자국민을 채용안하는 것이 그리 곱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사 지금 영국은 경제의 어려움으로 자국민 실업율도 엄청나다고 하던데...
이 질문만 가지고 거의 10여분을 심문(?)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나마 영어를 제일 잘하는 진짜 사장 와이프는 이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있고, 바자사장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대답을 못하고...아, 답답해 죽것다.
결국 이놈의 오지랍질이 발동걸렸다.
나도 모르게 "So the reason..."하면서 말문을 열어 버렸다... (젠장 헐...ㅡㅡ;;;)
첫째, 우리 고객은 대부분 한국인 기업이다.
너네 한국말 할 줄 아는 실력자 있으면 우리가 궂이 한국에서 사람 데려올 필요없지 않겠느냐...
둘째, 너네는 온라인마케터가 없지 않느냐...우리나라에는 온라인마케터가 있다.
셋째, 아닌말로 너네보다 우리나라 사람들 실력이 더 좋지않느냐...
라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세개씩이나 말을 해줬다...아...속시원하다.
그.런.데...
다들 멍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훔훔...젠장 떠듬떠듬 세가지씩이나 설명해 줬는데...대부분 이해를 못한 모양이다...
아~! 쪽팔려...욱해서 말은 했지만 상대방이 이해를 못했다...쿨럭 ㅡㅡ;;;
(이럴 땐 그래도 당당하게 있어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후 그 문제에 대해서 한,두마디 더 하고는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하루종일 해도 끝날 것 같지 않던 심사는 2시간이 좀 안되서 끝났다.
이젠 영국 행정의 특징 중 하나인 '기다림'만이 남았다.
실제사장은 이 심사가 통과되어야 이곳에 남을 수 있기 때문에 10개월의 기다림을 10년의 기다림처럼 노심초사 모든 resource를 쏟아부었다. 그동안 들어간 돈도 상당한 액수였던 모양이다. 곧 심사 나온다 나온다 한것이 10개월이란다.
그렇게 기다린 시간 보다 이제 나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사장에게는 더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거듭거듭 고맙다고 말하는 사장의 모습에서, 이 타국에서 타국민으로 살아가는 많은 한국인들의 힘든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p.s: 심사 통과되면 워크폼 줄테니 같이 일하자고 하던데...에이...그게 쉽나...그리고 솔직히 영국...매력없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