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 중 아는 동생으로 부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오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끊어질 듯 한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미 버스가 끊긴 시각이라 마침 렌트해 놓았던 차를 가지고 그애의 집으로 갔다. 얼굴은 사색이 되어 고통으로 얼굴은 일그러져있었다.
급하게 여권을 챙겨들고 NHS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접수를 하기 위해 reception으로 갔다.
그러자 담당의사가 있느냐고 물어본다. 물론 처음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었다. 없다고하자 담당의사 등록을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당장 사람이 움직이질 못하니 우선 응급처치부터 하자며 안되는 의사소통으로 20여분간을 씨름했다.
결국 우리는 40여분을 기다려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아무런 처방전도 받지 못한 채 그저 편히 쉬라는 말만 듣고 응급실을 나왔다.
영국은 무료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특히 연수를 오는 학생들은 말이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네병원이 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이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 Surgery라고 불리거나 또는 GP라고 불리는 이 동네병원은 일정 지역권 안의 주민들을 관리하는 병원인 것이다. 따라서, 의료진료의 기본은 바로 이곳에서 부터 시작하며, 영국 국민들은 GP에 각자의 담당의사를 가지고 있다. 본인이 살고 있지 않은 곳에 접수할 수 없다는 점도 그 특징 중 하나이다.
따라서, GP에 등록하지 않으면 무료 진료를 받을 수도 없다.
헌데 문제는 비자기간에 따라서도 등록이 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6개월 미만인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6개월 미만의 체류자는 GP등록을 거절당한다. GP마다 정책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실제 GP를 4군데나 돌아다니며 알아본 결과 그들은 똑같은 대답으로 일관했다.
만약 진료를 받고자 한다면 45~50파운드(81,000원~100,0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한 하는 것이었다.
결국 영국내에 있는 모든 자국민 뿐 아니라 외국민들도 무료 진료를 시행해 준다는 영국의 의료 정책은 절반만 진실인 것이다.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져 영국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귀국했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란 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영국내 의료진의 60%가 외국인(특히 인도인이 50%이상을 차지한다고 함)이란 소리가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시설인 만큼 의사들에 대한 처우가 그닥 만족할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나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의료정책 세미나에서 누군가가 영국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비판하자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쌍심지를 켜며 달려들었다던 뉴스를 읽은 적이 있었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비판을 하면 덮어놓고 색안경을 끼고 반대하고 나서는 우리나라 사람들...
책상 앞에 앉아 눈으로만 보고 머리만 굴리면서 판단하지 말고 직접 경험해보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p.s : 영국에 처음 와서 버스정거장과 시스템을 보고 왠지 낯설지가 않다란 생각을 했었다...한참이 지난 후 알았다. 우리나라 버스정거장과 너무 흡사하고 시스템 또한 너무 비슷하다...후에 Buses와 Tube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지금의 한국 버스정거장과 시스템이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대로만 흉내냈던 결과로 영국과 한국의 교통 체계가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한채 만들어진 부작용이라 생각된다...물론 모든 것을 전부 경험해 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최소한 왜 그러한 시스템이 생기게 되었는지...그에 따른 불편함과 좋은 점이 무엇인지...그리고 가장 잘 우리나라에 맞게 '우리나라화'로 변형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세상으로의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