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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으로의 도전

Culture of Book and to waiting

처음 영국에 와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바로 '기다림'이었다.
기다린다는 것...

그저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오면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만, 이곳 영국에서의 기다림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양상을 띈다.

바로 여유로운 기다림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국도 질서는 존재한다. 그리고 기다림도 존재한다.
그러나 '빨리빨리'에 익숙해 있는 한국인들로써는 영국의 기다림은 다소 지루하고 어려운 부분이 아닐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빨리빨리의 문화는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TESCO에 가서 계산을 위해 줄을 서있었는데...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렸다. 계산대는 모두 3군데.
그러나 정작 정산하는 사람은 1명 뿐이였다.
옆에 자동 계산 코너가 있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당시 자동 계산 코너를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던 나로써는 우선 기다려 보기로 했다(물론 물건을 사는 일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내 앞으로 쭈욱 늘어서 있는 줄을 뒤로하고 계산하고자 하는 사람과 계산하는 사람은 너무나 태평하게 그리고 아주 느긋하게 일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손님은 물건이 전부 정산되는 것을 보고나서야 그제서 큰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고, 지폐를 꺼내고 동전을 하나하나 세면서 값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내 앞으로 대여섯명이 서 있는 상황에서 내 손에는 이미 계산하려는 돈이 쥐어져 있는데 말이다...
그 사람만 특별히 그러겠거니...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연속해서 앞의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뒷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계산하고, 계산이 다 끝난 다음에서야 비닐백에 물건을 하나하나 넣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천천히 일을 볼 수 있는거지?
기다리고 있는 뒷사람은 생각 안하나?
정산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계산이 다 끝난 손님은 옆에서 물건을 담게 하고 뒷사람 계산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것이 바로 영국인들의 기다림의 문화였던 것이다.
어느 한 개인이 이미 뿌리 박혀버린 문화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이들은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당연히 받아 들이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기존 것을 쉽사리 받아들이지도,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 영국인들의 문화인 것이다.
이것은 이들과 지내면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세면대에 수도꼭지를 보자...
우리나라 세면대 꼭지는 이미 찬물과 따뜻한 물이 하나의 꼭지에서 나오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그러나 영국의 수도꼭지는 아직도 분리되어 있다. 하나로 되어 있는 꼭지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다(분명 영국 어딘가에는 같이 나오는 꼭지가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못봤을 뿐이지...훔). 행여 하수구를 막는 마개라도 없으면, 따뜻한 물과 찬 물을 번갈아가며 손을 씻어야한다.
또한 공공장소와 같은 곳의 수도 꼭지는 돌리는 것이 아닌 눌러서 사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 경우 차가운 물로 손을 식힌 다음 뜨거운 물에 아주 잽싸게(손 데이기 싫으면 말이다 ㅋㅋㅋ) 갔다 대서 씻고 다시 찬 물 꼭지를 눌러 손을 식혀야 한다. 한번 눌러주고 나면 물값 비싼 나라답게 쬐끔 나오고 금방 멈춘다. 간혹 놀라운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한 손으로는 꼭지를 누르고 있고, 다른 한손은 다섯개의 손가락을 이용해 손을 씻는다...참으로 유연한 손가락이 아닐 수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일단 따뜻한 쪽의 수도 꼭지를 누른다. 그리고 잽싸게  찬물 쪽도 누른다. 이미 쏟아지고 있는 따뜻한 물에 잽싸게 손을 넣어 씻는다. 따뜻한 물이 끊어지면 다시한번 꼭지를 누른 후 찬물로 손을 씻는다. 찬물이 끊어지면 꼭지를 눌러 찬물이 나오게 한 후 따뜻한 물로 씻는다...나도 흉내내봤지만....음...이거 고수아니면 못한다. 정말 손이 안보이게 빠르다...훔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럼에도 이들은 불평없이 잘만 쓴다.
이유인 즉슨, 이러한 일은 누구 개인 한명이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늘 그렇게 사용해 왔기 때문인 것이다.
(이것은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맞닿뜨릴 수 있는 상황과도 아주 유사하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이들은 partner를 쉽게 믿지않지만, 일단 한번 믿으면 자신들에게 큰 손해를 입히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같이 동행하는 partnership이 형성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극히 제한하는 편이다.)

얘기가 좀 많이 옆으로 빠졌다만...아무튼
영국에서 한국인이 살아가려면 우선 재촉하고 빨리빨리 뭔가 하려고 하는 것을 좀 자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안그러면 속 터져서 화병 날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긴 뭐, 그러한 한국인의 근면성 때문에 외국에서도 성공하고 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도 싶다.)


비즈니스와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로써는 coach이나 plane 예약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야 제 시간에 계획된 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고객 미팅이 길어져서 돌아오는 coach를 놓친적이 있었다.
에혀...별 수 있나...티켓을 끊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약 20여분 정도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되었다(참고로 내 앞에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던 손님은 10명 정도...한명당 대략 2분 꼴...ㅋㅋㅋ).

one ticket to B.moutn를 말하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20.50파운드...ㅡㅡ;;;
(보통 온라인 예매일 경우 편도 약 8파운드에서 13파운드 사이)

장난하냐? 이런 눈으로 쳐다보니,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데? 하는 눈빛을 보낸다...피부색 검은 아주머니께서 그리 쳐다보시니 욜라 무섭다...ㅡㅡ;;;

나중에 알고보니 영국은 인건비의 나라다.
즉, 기술료 보다 비싼 것이 인건비다. 그래서 이 나라의 남자들은 대부분 고장난 모든 것들은 스스로 고칠 줄 안다. 집에 쌓여 있는 공구들도 왠만한 철물점 하나 차려도 될 정도이다.

온라인 예약 시 별도의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으니 싸게 살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때는 티켓 구매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비싸게 받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어디서나 느닷없이 떠나고 싶어서 터미널가서 티켓 끊고 훌쩍 떠나버리는 우리나라와는 그 차이가 있다. 이 나라에서는 훌쩍 떠나고 싶어도 일단 온라인 예약을 해야 그나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예약하는 사이에 떠나고 싶었던 마음 없어지것다...쩝 ㅡㅡ;;;)

교통편 예약의 경우도 시간과 날짜에 따라 그 금액이 다르다.
일종의 할인, 할증인 개념이라고나 할까?
황금 시간대, 황금 요일, 황금 연휴 때에는 예약이더라도 요금이 비싸다. 반면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대에는 싼 편이다.
그래서 런던으로 가는 같은 coach 같은 회사 같은 시간이더라도 날짜에 따라서 최저 8파운드에서 최고 15파운드까지 육박하기도 한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런던행 coach를 타는 나로써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언제 예약하느냐에 따라서도 금액이 달라진다는 사실...

scotland를 갈 때 비행기 예매를 하기 위해 두달 전 부터 매일 수없이 들락 날락 했던 예매 사이트가 생각난다.
어느 순간 비행기 값이 '0파운드'가 뜨기도 한다. 요거 기회다. 그저 TAX비용만 내면 되니까 말이다. 비행기 타는데 공짜가 말이되냐구?
된다. 여기서는 말이다. 다만 최소 몇달 후 떠날 여행을 미리 예약한다면 말이다. 같은 비행기 같은 시간대일지라도 누구는 100파운드를 내고 다녀오고 누구는 TAX만 내고 다녀오는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나? 나는 20파운드-약4만원, TAX별도-짜리 구해서 다녀왔다).
주말을 끼면 비싸고 평일날은 싸다. 그래서 연수 온 학생들은 holiday를 내거나 연수가 끝난 후 한꺼번에 몰아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 평일날 움직이면 싸니까...그리고 미리 예약하면 싸니까. 게을러 터지면 그저 돈 많이 내면 된다...

예약문화는 비단 여행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 곳곳에서 예약을 할 경우와 안할 경우는 상당히 크다.

예약을 하던, 그저 가서 무조건 기다렸다가 일을 보던 똑같은 대접을 받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영국에서의 예약문화는 앞으로 한국에서 더 좋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