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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으로의 도전

가까워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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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숲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산림욕장도 아니다.

그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공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을 찍기 위해 출사라도 나갈라치면 꾀나 분주하게 나서야 하지만, 이 곳에선 그저 덜렁 카메라 들고 운동화 신고 찔찔찔 10분 정도 걸어나가면 그냥 공원이 있다. 그것도 하늘 높이 뻗은 나무들이 많은 공원...부럽다...

잠시 거닐다보니 산딸기가 보인다. 우와우~ 설마 하면서 입에 넣어봤는데...산딸기 맛 그대로이다...우리나라에서 자연산 산딸기 맛이라도 볼라치면 숲을 헤집고 다녀야 하는데 말이다..

또 잠시 거닐다보니 다람쥐가 돌아다닌다. 남산공원을 그렇게 다녀봤어도 다람쥐가 사람 다니는 길로 내려오는 걸 못봤는데...아니 다람쥐 구경 조차 하기 힘들었는데...여기서는 사람과 날짐승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거참 시간이 참으로 빨리도 흐른다. 뭘 하면서 지냈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니...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해 볼까?

학교 첫 날 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학교 첫 날 office를 찾아가니 닫혀 있다. 몇 시까지 가야 할지 몰라서 9시 기준에 맞춰 8시30분까지 갔건만 아무도 없다. 젠장헐~ ㅡㅡ;;;

쫌 지나니 office로 누군가가 들어간다.

excuse me로 불러 세웠다. 거참 한국에서는 외국인만 보면 울렁증이 생기더만, 여기서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본능 때문인지 과감해졌다.

New Student인데 접수 어케하냐고 대강 입에서 나오는대로 떠들어 댔다. 용케 알아 듣는다. 고맙게도 말이다. 웃으면서 코너 돌아 카페테리아에서 대기하란다.

오호~ 1등이다. 역시 한국인의 근면성실함은 외국에서도 빛을 발하나보다.
할 일도 없고 그저 멀뚱거리며 앉아있자니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쏼라쏼라~ 정신없다.

그렇게 9시가 되자 국민학교때나 들었을 법한 수업 종 소리가 울린다. 그것도 온 동네가 떠나가라 큰소리로 말이다.
그러고보니 쫘악 빠져나가고 열뎃명의 사람만 남아 있다. 나 같은 사람인가보다.

잠시 후 웬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들어와서 자기 소개를 한다. 그리고는 다른 아저씨를 소개시켜주고는 자기는 나가고 테스트를 보란다. 클래스 배정 테스트란다.
허, 거참 이상하디. 난 이미 한국에서 테스트 다 받고 왔는데 말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가보다..하는 생각에서 그냥 테스트에 응했다. 찍기 80문제, 작문 한 문제, 떠들기 ... 1시간 반 동안 치뤄진 시험이다.

학생 등록을 위해 passport를 달란다. 줬다. 그리고는 열심히 테스트에 응했다. 젠장...한국에서 온라인으로 본것보다 더 어렵다...라고 생각하면서 인상 빡빡쓰고 있는데...잠시 후 아까 그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내 passport를 들고는 들어왔다. 나한테 오더니 미스터 거시기냐고 물어본다. 맞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미안하단다...ㅡㅡ? 모가 미안하다는 건지...

그 아저씨 말을 대충 들어보자니...난 이미 클래스 배정이 끝난 상태란다. 한국에서 테스트를 마치고 왔기 때문에 바로 클래스룸으로 안내만 하면 됐다는 것인데 행정 착오였다는 것이다.
ㅡㅡ;;;;; 지랄~ 한국에서 테스트 보고 왔다고 말 할껄...

별수있나..벌써 1시간 반이 다 지나가고 어차피 orientation도 받아야 하니, 그저 괜찮다고 말 하는 수 밖에...(혹여 한국에서 테스트 결과 받은 사람은 나중에 영국와서 다시 테스트 받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뭐 학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끝나고 나니 학교 투어를 한다. 일종의 orientation의 시작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계속 제일 선두에서 staff을 따라 다니면서 staff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거리고 뭔가 한마디 더하려고 하고 뭔가 아는 체 하는 사람이 있다.
딱 보아하니 십중팔구 한국여자애같다. 왜 있지않은가, 수업시간엔 무조건 제일 앞에 앉아서 선생님 똑바로 쳐다보고 다른 사람 대답하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나서서 대답하고...얄짤없이 뭔가 자기가 나서서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 마냥 생긴, 전형적인 그런 스타일의 한국여자애...옆에 누군가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자와 함께 온 모양인데 열심히 가르쳐주고 있다..서로 영어를 쓰는 걸 보니 같은 나라 사람은 아닌 듯...staff에게 나이든 여자가 영어가 서툴러 자기가 대신 도와주고 있다는 듯 한 얘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듯 하다...아니나다를까 막판에 얼핏 한국말이 튀어 나온다.."어머나..."

제발 저 애와는 같은 클래스가 안되길...ㅡㅡ;;;

그렇게 한참을 돌아댕기고 있는데 그 중 한 staff이 나한테 온다. 무리 중에 제일 뒤에서 멀뚱멀뚱 멍때리고 있는 내 모습이 불쌍하게 보였나? 왜 올까 싶어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헉...귀엽게 생긴 여자 staff이 나보고 따라오라니... 나랑 비슷한 위치에 있던 애들이 같이 따라 오자 그 staff은 나만 따라 오란다...모야 벌써 나한테 반한겨??
아휴 암만그래도 그렇지..다른 사람 다 있는데 공개적으로...^-----^;;;

하지만, 그녀는 나한테 반한게 아니였다...(그럼 그렇지..ㅡㅡ;;;)
배정 받은 클래스에 가서 소개 시켜주려 한다는 거이였다. 으흐흐~ 그런거였어? ^^;;;

그렇게 나의 첫 학교 생활은 시작 되었다.

그날 저녁 홈스테이 하우스로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배정받은 클래스로 가지말고 office로 오란다. 뭔일이래...ㅡㅡ?

다음 날, 어제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9시가 거의 다되어 학교로 갔다...
뭐 솔직히 그러고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실은 길을 좀 헤맸다. ^^;;;; 아.하.하.하.  ㅡㅡ;;;

공부해야 할 사람 왜 불렀냐고 묻자, 클래스를 바꿔준단다. 이유가 뭐냐고하자, 같은 레벨이더라도 소셜네트워크 프로그램 때문에 비슷한 또래로 묶여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욱~ 한다. 난 그냥 나이어린 애들이랑 놀아도 되는데...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 학생은 안보인다...ㅡㅡ;;;; 우허허허 (이거 좋아해야하는건지 말아야하는건지...훔훔)

문법, 단어, 읽기, 작문, 말하기, 듣기...뭐 한국 학원에서 하던거랑 별반 차이는 없다. 다만, 선생이 뭐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어려울 뿐이다. 뭘해야 하는지만 알면 금방 따라간다. 그걸 알기까지가 오래걸려서 헤맬 뿐이지...
과거형을 의문문으로 바꿔라...이걸 못 알아들어서...뭐래?뭐래? 멀뚱멀뚱 하다가 다른 애들이 답하는거 들어보고는 아하~! 한다... 제발 젤 처음 나부터 시키지 말기를...ㅡㅡ;;;

그래도 선생이 뭐 물어보면 웃으면서 얘기도 하고 받아치기도 하고...(뭔소리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일단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인다...머 단어 몇개 가져다 붙이니까 알아 듣더만...)
우허허~ 그래도 나보고 잘 하는거 하나 있다단. reading은 좋단다. 발음 하나는 끝내준단다. 다만, 다른 건 전혀 못 한다는거어~

새로운 세상에 왔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동네는 마찮가지 인가보다. 내가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면 걱정말라고 위로해주고, 머리 긁적거리며 멍때리면 옆에 녀석이 같이 답을 맞춰보자고도 하고...이해를 못하면 자기도 배우는 입장이면서 열심히 나한테 설명도 해주고, 그래도 안되면 선생 불러서 같이 설명 듣고...breaktime엔 같이 나가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한국에선 그렇게도 멀리 있는 사람으로만 보였던 그들이, 이제는 차츰 내 주위의 사람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