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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죽걸어보기

기획자가 기획자여야 하는 이유는...

어느 날...

한창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고객사 실장이 새로 부임되어 변경되면서, 지금까지 작업 진행에 대한 보고를 받고 싶다는데에서 부터 시작된 사태였다.

고객사 실장이 듣고자하는 요점은 간단했다.

새로 리뉴얼되는 웹사이트의 구성안에 대한 정확한 근거와 그에 대한 기획안을 듣고자 하는 것이었다.

문서 작성은 컨설팅실로 이관되어 왔다.

수행중이던 기획자들을 모두 불러 들였다.

각 섹션별로 담당하고 있던 기획자들에게 그간의 히스토리와 화면설계에 대한 근거 데이터, 그리고 기획 의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이유인 즉슨,

기존 사이트에 로그데이터가 하나도 없다는 것(로그분석기가 없다는 이유로)과 현업 담당자들이 원하는대로 해줬기 때문이란다.

너무도 당당하게 당연한 결과를 내놓았다는 태도이다.

화가 났지만, 직속 부서 부하직원이 아니었기에 일단 회의를 접었다.

보고 날짜는 정해져 있었기에, 수행 기획자들에게 백데이터 수집을 요청하였다.

5개월 동안 진행하면서 백데이터를 받은게 없단다.

다시한번 화가 났다.

이번엔 상세하게 요청을 하였다.

꼭, 로그 분석기를 통해 얻은 결과만이 백데이터는 아니다.

현업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든 자료가 있을 것이다.

각 센션별로 담당자들에게 요청하면 나올 것이다.

또한, 화면설계를 하기 위해 꼭 해당 기업의 분석 결과가 아니더라도 여타 기업내지는 자료(논문이되었건 연구자료가 되었건)에 기준하여 설계하였을 것 아니냐...

그 기준 자료를 달라...

그러나 수행 기획자들에게서 받은 피드백은 오직 고객이 원하는대로 해줬기 때문에 고객의 이야기(회의록)이 전부라는 것 뿐이었다.

한심스러웠다.

기획자라는 명함을 들고 고객 앞에 서서, 고객이 얘기한대로만 해주는 로보트 같은 짓을 하고 있다니 말이다.

물론 그들도 핑계는 있었다.

중간에 그만 둔 PM이었다.

PM이 모든 걸 알아서 준비 할테니, 일단 고객이 원하는대로 화면설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하지만 그 PM은 중간에 그만 두었다).

하지만, 핑계는 핑계일 뿐...

최소한 신입도 사원도 아닌 대리급 이상들이, 시키는대로 하란다고 시키는대로만 하는 기획자가 어디 기획자 일까...

서로 답답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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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UI설계와 관련해서 기획자가 해야하는...아니, 꼭 해야만 하는 업무롤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가장 기본인 DB분석부터 상세하게는 고객사의 고객분석까지...

아쉽게도 많은 기획자들이 이러한 분석단계 없이 요건정의만을 가지고 자신들의 기획적 의견 없이 설계를 하고 있다.(요건정의가 분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기획자들도 많다)

고객사에서 분석 자료를 구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그에 준하는 다른 자료를 대입해서라도 기준안을 만들어야 할찐데 그렇지않은 경우들이 허다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웹사이트가 진정 객관적인 분석에 의해 객관적인 설계로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최종 결과물은 눈에 보여지는 것으로 판가름 난다는 반쪽짜리 논리로, 디자인으로 포장하는 모습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기획자들...

디자이너와 싸움질하기 이전에 분석자료와 그리고 타당한 논리로 고객을 먼저 설득하고 싸울 수 있는 기획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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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 담당자들이 일순간 돌변(?)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야기 했으면 기획안을 추가하여 +@를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게 당신들이 할 일이고 그러한 기준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기획자이고 전문가들이어야 하자나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