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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얕게, 좁고 깊게 - 에이전시에서의 기획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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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선 순위를 매길 필요가 있을까???

넓고 얕게, 좁고 깊게 - 에이전시에서의 기획자는...


기획실 회식자리에서 기획자들끼리 논쟁을 벌인적이 있다.

여러 분야의 기업 프로젝트 접해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한 분야의 기업 프로젝트를 접해보는 것이 좋을까?

물론, 회사의 배려에 의해서 자기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을 때의 얘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근데 어느 에이전시가 그렇게 일을 준단 말인가...어느정도 관리자급이 되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ㅎㅎㅎ)


여러 분야의 기업 프로젝트를 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의 기획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다룰 줄 알아야 진짜 기획자가 된다.

한 분야의 프로젝트만 다루다보면 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하다보면 경험에 의한 노하우 형성에 더 큰 산을 쌓을 수 있다.


한 분야의 기업 프로젝트를 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의 기획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접하다보면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 수 없게 된다.

기획자라면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한 분야만 접한다고 해서 경험의 노하우가 한정되지는 않는다.

한 분야에서도 구축, 리뉴얼, 서비스 등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어느 시점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논쟁은 회식자리가 파할 때까지 계속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엔 그저 직원들이 회식자리에서 술 안주 삼아 벌이는 논쟁이려니~ 하는 생각에 웃으면서 듣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 논쟁은 그 날로 끝나지 않고 며칠 동안 계속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다룬 기획자와 한 분야만을 다룬 기획자라...


대학 다닐 때, 교양과목 첫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와 문화(???) 였던가? 오래되서 기억도 안난다 ㅡㅡ;;;

아무튼, 교수님은 출석을 다 부르신 후 우리들을 쭈욱 둘러보셨다.

그리고는 대망의 첫 대사를 꺼내셨다.

"여러분은 '교수라는 양반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첫 마디가 교수들을 어떻게 생각하냐? 라니...

우리들은 멍하니 교수님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생각나는대로 말씀들 해보세요"

그제서야 우리들은 입을 열었다.

엘리트, 지적, 박사, 전문가...전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우리들은 그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교수님은 그 대답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셨다.

더 이상 나올 대답이 없던 우리는 교수님의 다음 대사를 기다렸다.

"교수는..."

교수님은 우리들을 쭈욱 둘러보셨다.

"한 가지만 아는 바보입니다."

우리들의 기대와는 다른, 전혀 엉뚱한 답변을 해주셨다. (젠장맞을... ㅡㅡ;;; 훔훔)

"한 가지에 대해서 엘리트이고 전문가 인건 맞지만, 모든 분야에서는 아니지요.

어쩌면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것이 나보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과목 외의 것은 물어보지마세요. 난 바보니까 ㅎㅎㅎ"

너무나 솔직한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명색이 교수님인데...ㅡㅡ;;;)


이후 난 사회에 나와서 많은 프로젝트를 몸으로 부딪히며 이 자리에까지 왔다.

직원들이 며칠을 두고 싸웠던 논쟁의 중심...

한 가지만...또는 여러가지를...

나 역시 지금 이 순간 고민해 본다.

과연 어느 것이 좋을까???????????????

각각마다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여러 분야의 프로젝트를 다루다보면보는 강을 보며 바다라고 일컽지 않을테고,

한 분야만 파고 들다 보면 그 바다가 대서양인지, 태평양인지...그리고 바닷물의 흐름이 어떤지를 알게 될 것 같다.

분명한건,

여러 분야를 다뤄야 하는 에이전시 기획자들은

한 분야만 다루는 서비스 기획자 또는 닷컴이나 닷넷 회사의 기획자 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심도 있게 알고 있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끔 후배 기획자들이 막연하게 자신의 경력만 믿고 프로젝트에 덤벼드는 걸 볼 때가 있다.

3-4년 정도 되면 1년에 적어도 3-4개 프로젝트를 진행할테니 12~16개 정도의 경험을 하게 될텐데...

그 기간동안 이미 많은 부분 알게 되고, 뭔가(?) 알았다는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할 때가 보인다.

이전에 해봤는데...그건 어떤 프로젝트에서 해봤는데...

그들의 주장 속에는 항상 위와 같은 전제를 달고 있다.

허나, 어떤 프로젝트가 되었건 이전과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단지 유사성만 가지고 있을 뿐 늘 새로운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러다보면, 이전에 알던 것은 이미 바다로 흘러간 과거의 강물과도 같아지기 때문에

현재, 이 프로젝트를 위한 고객사의 트랜드나 요구사항이나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늘 익히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고객이 하고 있는 업무(또는 고객의 회사에 대한 성격?, 업무 프로세스?, 상품?, 판매구조? 등등)

보다 그 이상의 업무를 고객보다 머릿 속에 가득 채워 넣어야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서 말이다.

그리 될 때, 한 가지만 깊게 파야 한다...여러가지를 많이 익혀야 한다...와 같은

끝도 안나는 논쟁은 벌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그쯤되면 이미 양쪽 모두 최소 한가지 분야에 있어서는 프로가 되어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