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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죽걸어보기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맞짱뜨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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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목소리 큰 넘이 이긴다...(어느 싸움이나 마찬가진가??? ㅡㅡ;;;)

좀 우스운 발상에서 질문을 해본다.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맞짱...
그러나 우습기만한 발상은 아니다.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싸우고 있는 꼬락서니를 종종 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 중 한가지는
기획자와 프로그래머의 싸움은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싸움보다 적다는데 있다.
기능적인 구현에 있어서 한다 못한다 정도의 마찰은 있어도,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식의 싸움은 별로 못봤다.
따지고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디자인과는 다르게 프로그램은 공식에 의한 결과가 딱떨어지기 때문이다.
쿼리에 따라 나오는 결과물이 있기때문에, 뽑아내는 항목만 정의하면 끝이다.

그런데 디자이너와는 왜그리 싸울까?

어느 날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봤다.
PL을 맡고 있는 과장 디자이너와 단위 기획을 맡고 있는 대리 기획자.

일단 모양만 봐서는 과장이 우세해 보인다.
그런데 싸움의 양상은 막상막하다.
도대체 저 인간들이 왜 싸우는지 가만히 들어보았다.
디자인 색깔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기획자 왈 : 색깔이 넘 안좋으니까 바꿔달라구요
디자이너 왈 : 어디가 어떻게 안좋은지 말해달라니까요
기획자 왈 : 전체적으로 안좋아요. 다시해주세요
디자이너 왈 : 전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안좋은지를 말해줘야 바꾸죠
기획자 왈 : 제가 디자이너 인가요. 어디가 어떻게 안좋은지 얘기할 수 있으면 제가 바꾸죠
디자이너 왈 : 이 색깔이 맞다니까요. 왜 자꾸 고집을 피워요.
기획자 왈 : 그 색깔은 맘에 안들어요. 바꿔주세요.

ㅡㅡ;;;; 가만 듣고 있자니 기도 안찬다.

두사람의 대화를 정리해 보면, 기획자는 맘에 안들어서 캔슬했고, 디자이너는 자기가 맞으니까 그냥가잔다.

두사람을 불렀다.
파견까지 나와서 두사람이 싸우고 있는 이유가 뭐유~?
기획자가 말한다.
색깔이 맘에 안들어요
그래서 물었다.
왜 맘에 안드는데?
기획자가 말한다. 어딘지 모르게 우중충하고 탁하고...
고객은 뭐라던?
기획자가 말한다. 아직 얘기 안했는데요.
그럼, 고객이 컬러는 어떻게 해달라고 하던?
기획자가 말한다. 기업 color를 지켜서 해달랍니다.
니가 보기에 이 컬러는 기업 color와 어떻게 달라보이니?
기획자가 말한다. 다른건 없지만...그냥 제 맘에 안들어요.

오호라~ 너 딱걸렸어

다음 디자이너한테 묻는다.
왜 싸웠수?
디자이너가 말한다. 기획자가 맘에 안든다고 자꾸 바꿔달라자나요
그럼 왜 바꿔달라는지 물어봤수?
디자이너가 말한다. 맘에 안든데요.
왜 맘에 안든답디까?
디자이너가 말한다. 그냥 맘에 안든데요.
기업 color에 맞췄나요?
디자이너가 말한다. 네 맞췄습니다.
어떤 color에 맞췄나요?
디자이너가 말한다. 로고 기준입니다.
그 외엔 없나요?
디자이너가 말한다. 그 외에 뭘 말씀하시나요?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디자인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프로그램은 과정에 따른 결과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이란 것, 색깔이란 것은 사람마다 싫고 좋음이 있기 때문에 의견차이는 분명히 발생한다.
수행자들끼리 합의가 되었더라도 고객 담당자 맘에 안들면 다시해야 하고
고객 담당자 맘에 들었더라도 오너의 맘에 안들면 다시해야 한다.
그것이 디자인이다.
그러나, 모두가 놓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고객사의 고객의 시선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자는 기업color를 기초로 고객사의 고객에 대한 기초 조사 조차 없었고
디자이너 역시 기업 color와 색채학을 기초로 고객사의 고객들의 생활 패턴, 트랜드에 대한 분석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냥 제 맘에 안들어요. 그 외에 뭘 말씀하시나요?

이것은 그냥 자신들의 주관에 따라 일을 하고 있다는 말 밖에는 안된다.

결국 디자이너와 기획자는 똑같이 혼나고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
창조해내는 역할을 해야하는 디자이너로써, 기초 분석의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기획자로써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단순히 기존에 작업한 걸 짜집기 해서 색깔만 바꾸고 위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색깔을 알아야 하고 고객의 고객의 트랜드를 알아야하며, 사회전반의 트랜드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크레이티브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팔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경력이 올라간다고 해서 명함에 크레이티브 디자이너라고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기획자의 의도에 의해 설계한 도면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유용하게 채택한 컨텐츠 또는 DB를 적절하게 노출하고 눈에 띄도록 포장을 해줘야 하는 것을 잊어서도 안된다.
기능이 매우 복잡한 자동차도 간단하면서도 심플하게,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하게 사람들 눈에 띄도록 하는 자동차 디자이너들 처럼 말이다.

기획자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최소한 디자이너는 색채학을 배웠고, 디자인 트랜드를 머리로 몸으로 익히고 있는 사람이들이라는 것을.
포토샵 좀 다룰 줄 안다고 디자이너를 우습게 보는 기획자는 일단 자질면에서 NO~!
기획자는 디자인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로 컨텐츠 또는 DB를 적재적소에 제대로 배치 할 수 있어야 하며, 디자이너에게 그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4단 기어가 필요한지, 5단기어가 필요한지 설계하는 자동차 기획자 처럼 말이다.

그것이 바로 UI이고 GUI인 것이다.
디자인만 잘한다고 UI를 잘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배치만 잘한다고 UI설계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UI는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분석하여 뽑아내고, 뽑아낸 결과물을 디자이너는 가장 눈에 잘띄도록 포장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역할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영역 외의 것을 가지고 싸우지 말자.
가장 잘 죽이 맞아야 할 사람들이 기획자와 디자이너인 것이다.

나는 종종 디자인 PT를 할 때는 기획적인 의도만 발표하고 직접 작업을 진행한 디자이너를 시킨다.
디자인은 디자인을 진행한 본인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요구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기획의 의도가 분명하고, 그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여 디자이너가 포장을 제대로 했다면...

고객들은 속좁게 색깔이 어떻네, 글자 크기가 어떻네 하면서 자잘한 걸 가지고 수다떨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