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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죽걸어보기

포토샵과 톰캣 까는 기획자

오늘은 나도 헷갈리는 그러나 내 신념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기획자 치고 한두번 이상 포토샵과 에디터툴을 깔아보지 않은 기획자는 없으리라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할 줄 알아야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작업한 일을 직접 수정하시는 수고스러움까지도 감내하신다.(내가 너무 비하적으로 얘기를 했나???)

왜 그럴까?

고민을 해보았다.

에이전시 역사가 고작 10여년을 겨우 넘긴 이 시점에서, 에이전시와 함께 커온 PM들은(평균 10년차 이상되는 사람들이겠지) 대부분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 출신들이 많다. (뭐 나도 할말은 없다.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개발까지 거쳐서 올라 왔으니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이나 개발코드 한줄 짤 수 있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건 두말 하면 잔소리겠다...

문제는 이후 부터 인 것 같다.

그 출중한 능력을 지닌 PM들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하는 것을 보고, 이제 막 사회에 나와 기획으로 이 세계에 들어온 기획자들이 당연히(?)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자기 발 아래 두고 자신이 하라면 해야 하는 존재들로 인식을 해버린 것이다.
뭐 그 초년생 기획자가 문제 였을까...선배 PM이 디자인과 개발을 가지고 초년 기획자에게 모라 했겠지...

지금도 후배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어떻게 하면 하라는대로 할 수 있게 만드냐는 질문을 듣는다...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너는 그냥 기획만하면 돼..."라고.

에이전시들이 인건비를 줄이자고 기획자들을 PM으로 세워놓는 프로세스도 한 몫 한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획PL(PM겸) 아래 디자인과 개발 파트가 오게 되는 상하관계가 형성되고, 서브기획자들은 파트장이 최고 위치에 있으니 덩달아 포지션 등업이 되어 같이 신바람내고 있는 것이지 싶다.

디자인이 맘에 안들고 기획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포토샵 깔고 자기가 바꿔버리고, 도대체가 쿼리가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면서 에디터 깔아서 소스보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적하고...

오죽하면 기획 5년이면 디자인하고 개발도 하고 혼자 웹사이트 하는 쯤은 너끈히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까...

대략 5년에서 7년 정도 지난 개발PL이나 디자인PL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고객보다도 기획자 눈꼴시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더 많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연차수가 더 넘어가면 이젠 포기를 하는 PL들이 더 많아진다.

그럼 해결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이미 굳어버린 업무 진행방식을 바꾸면 된다.

몇 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들어갈 때 마다 나는, 중요한 회의나 어느 파트의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는 항상 개발PL이나 디자인PL을 함께 동행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제안서 작성할 때나, 착수보고 때 부터 팀원들을 동행 시킨다.

기획자보다 늦게 투입되는 디자이너나 개발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본인들이 투입되기까지 도대체가 고객과 기획자 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를 전혀 모른다.

고작 화면정의서나 스토리보드 리뷰가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기획자 입김이 세지는 것이고 본인들이 투덜거려봤자 밀리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요건 디자이너나 개발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기획적인 문제를 논할 때는 기획자가, 디자인을 논할 때는 디자이너가, 개발을 논할 때는 개발자가 고객과 이야기해서 풀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기획자한테만 맡기지말고 이제부터는 초반부터 같이 움직일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불어 기획자들은 괜히 학교에서 좀 배웠다고 포토샵 깔고 톰캣 깔아서 디자이너 개발자 쫄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그 실력으로 디자이너나 개발자를 도와줘라. 차라리 그게 프로젝트를 빨리 안정적으로 끝내는 길일 것이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말이다...

끝으로 PM은 자신이 할 일을 기획자들에게 제발 좀 넘기지 말아줬으면 한다. 디자인과 개발에 문제가 생기면 디자이너, 개발자와 상의를 해서 풀어라...(기획자한테만 모라하니 기획자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난리를 피우는 것이 아닌가...)...기획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이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구현을 하는 사람들임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기획자의 생각이 방향의 정확성은 아님을 PM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고, 모든 파트의 조율과 고객관의 조율은 PM몫이며 이에 관한 능력에 따라 파트별 싸움없는 웃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아주 잘 알 것이다.

나는 확실하게 말한다.

기획자는 기획 몫을, 디자이너는 디자인 몫을 그리고 개발자는 프로그램과 시스템 구축에 책임을 다하고, PM은 이 모두를 골고루 관리 운영하며, 각 파트와 고간의 조율만 잘해준다면, 쓰잘대없는 싸움을 없을 것이라 본다.

포토샵과 톰캣은 자기 주장의 무기가 아닌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도구이며, 대장장이가 망치를 가장 잘 다루고, 무사가 칼을 가장 잘 다루듯이, 포토샵과 톰캣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게 맡기고 기획자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포토샙과 톰캣을 지워버리자.

그리고 문제가 생긴 것은 PM이 조율하여 처리하자.

그것이 우리끼리 잘 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P.S : 고객하고 싸우는 것도 지쳐 죽겠는데 팀원들끼리 싸우고 싶소???